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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자들의 도시 - 소설의 '재현'은 좋았으나 '재구성'은 아쉬운 영화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12. 13. 22:00

혹자는 올해 본 최악의 영화라고 한다. 혹자는 괜찮았다고 한다. 혹자는 소설을 제대로 재현하지 못했다고 하고, 혹자는 나름 칭찬할만큼의 각색이었다고 한다.
소설이 워낙에 인상깊었기에 영화제작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소설의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았지만, 영화를 보면서 한 장면씩 떠올릴 수 있었는데, 소설의 재현이라는 측면은 괜찮았던 것 같다. 소설을 읽으며 그렸던 화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며, 배우들도 적절하였다.
다만 소설의 '재구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있다. 소설을 영화화 할 때 조심해야 될 것은 소설일 때는 괜찮은 것이 영화일 때는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눈먼자들의 도시는 원작에서는 소설이기에 허무하게 끝나도 되지만, 영화도 똑같이 끝을 맺으면 관객들은 속은 느낌이 든다. 여운이 길게 남도록 (꼭 극적으로 끝을 맺을 필욘 없지만) 마지막 장면에 소설과는 다른 장치를 집어 넣었어야 했다.
소설은 눈이 멀게 되면 사람이 어떻게 변하게 되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떻게 눈이 멀고, 어떻게 다시 돌아왔는지에 대한 설명은 필요없다. 도시가 눈이 멀면 어떻게 변하는지 묘사한 것만으로도 노벨상을 받을만했다.
그런데 영화는 다르다. 소설을 그대로 영화로 옮겨 놓으니 극적 긴장이 고르지 못했다. 너무 빨리 절정이 찾아와 느슨해졌다. 긴장을 조일 수 있는 적절한 요소가 없었다. 소설은 독자의 긴장상태에 따라 페이지의 속도가 달라지지만, 영화는 모든 장면이 똑같이 흘러간다. 그래서 극적 긴장의 배치가 중요하다. 영화 '눈먼자들의 도시'는 그 점이 아쉬웠다.
나머지는 괜찮았다.
우리가 욕망하는 것을 더 가진다고 하더라도 천국은 오지 않지만, 그 중 한가지만 잃어도 지옥은 올 수 있다.
영화는 그 시사점만큼은 확실하다.
감독: 페르난도 메이렐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