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힘 - 현실을 잘게 잘게 쪼개다

홍상수는 현실을 잘게 잘게 쪼갠다. 끝없이 산만한 남자 마음을 만화경처럼 그대로 보여준다.
잘게잘게 쪼개져 있지만, 무늬는 반복되는 만화경같은 모습을 비춘다.
구멍을 통해서 들여다 본 영화 속 세상은 남자들의 산만한 심리를 그대로 보여준다.
친구의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장례식장에 가는 지하철 안에서도 앞에 앉은 여자가 가슴파인 옷을 입고 있다면 시간을 잘게 쪼개 시선을 산란시킨다. 그러면서 짐짓 남자들은 진지한 척 한다. 그러면서 위로의 말을 건넬지도 모른다.

단절된 생각들이 끊임없이 이어져 나오는 심리 속에서 끝끝내 남는 건 언제나 공허함 뿐이다.
모든 게 다 연극 같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홍상수 감독이 그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그건 그냥 현실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