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전 - 누구나 꾸는 꿈의 환멸

1. '극장전'은 '극장前'이기도 하고, '극장傳'이기도 하다. 나는 처음에 '극장傳'으로 뜻을 이해했고, 나중에 한국어 제목이 '극장前'임을 알았으며, 오늘에야 영어 제목이 '극장傳(Tale Of Cinema)'임을 알았다. 영화 속 영화 이야기이기에 극장傳이기도 하지만, 극장 앞 여배우를 만나면서 겪는 극장前이기도 하다.


2. 영화 속 영화는 자주 다루어지는 소재이다. 꿈 속의 꿈처럼 영화 속 영화는 현실이라는 프레임을 모호하게 만드는 재미가 있다. '극장전'도 영화 속 영화로 시작한다. 처음에 나는 왜 김상경이 안 나올까를 기다리면서, 이기우의 어색한 연기에 불편해 하고 있었다. 사실 그 영화가 끝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김상경은, 누구나 한 번 쯤 꿈꾸는 영화 속 주인공과의 영화 같은 데이트를 뒤쫓는다.


3. 영화 속 주인공의 성애 장면은 그 인물과 성관계를 가지는 상상을 만든다. 영화 속 노출 수위를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고, 여자친구와 가든, 친구와 가든, 혹은 혼자 가든 남자 관객 중 대다수는 그 노출 수위를 끝까지 궁금해하며 영화를 본다. 영화 속 여배우가 정말 섹시했다면, 집에 와서 사진을 검색하기도 한다. 여배우들은 각종 루머도 많다. 영화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더 그 루머에 밝을 것이다. 여배우와의 관계에 성공한 주인공은 온몸이 상처 투성이라는 소문이 루머일 뿐이었다는 것을 확인한다. 몸에는 상처가 없었지만, 여배우의 섹스 중 내지르는 말은 정신에 상처가 있음을 의미한다. 온몸의 상처도 없는 여배우는 왜 요즘 스크린에서 볼 수 없는 것일까. 


4. 주인공의 선배, 여배우가 출연한 영화의 감독은 죽음의 문턱에 와 있다. 그 감독의 회고전이 열린 이유도 그래서이다. 영화 전체의 맥락에서는 벗어나지만, 죽어가는 감독이 주인공에게 살고 싶다고 애절하지만 추하게 말하는 장면은 급속도로 영화의 시선을 전환시킨다. 해탈도, 초월도 없이, 아주 세속적으로 살고 싶음을 간절히 말하는 감독 앞에서 주인공은 할 말을 잃는다. 전혀 다른 맥락의 이야기가 주는 기묘함이다. 회고전까지 열리는 영화 예술가의 초라한 마지막 모습에 숙연해진다고 하기에도 뭐한, 기묘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