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Vitthal)" - 돌아보면 유쾌한 어린시절의 사소한 절망을 표현하다

감독: 비누 촐리파람빌(Vinoo CHOLIPARAMBIL)




흰두교에서는 부모가 돌아가실 때 아들이 머리를 삭발한다. 이 영화를 보기 한달 전 쯤에 인도를 여행하고 왔었는데, 갠지스강 화장터에서 꼬랑지만한 부분만 남기고 머리를 삭발한 아들들을 수없이 보았다. 차례대로 시체에 불을 붙이고 시체가 다 타고나면 아들들은 갠지스 강 물을 항아리에 떠와서 시체를 향해 뒤로 던진다. 그들의 표정은 종교적 초월과는 거리가 먼데, 아무리 성스러운 갠지스 강에서 화장을 하면 윤회를 끊을 수 있다는 종교적 믿음이 있다고 해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아픔을 가릴 수는 없다.


여행을 할 당시에는 아들들만 머리를 삭발하는 줄 알았는데, 영화를 보고 장손까지도 삭발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영화는 어린 나이에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삭발을 하게 된 비탈이라는 어린이의 시각으로 돌아간다. 할아버지를 잃은 슬픔보다야 당장 이 꼴로 어떻게 학교를 가야하는가가 걱정인 밉지 않은 어린이다. 긴 머리에 물을 부어가며 머리를 감던 시절을 상상하고, 거울에 사진에서 오려낸 머리를 붙여 거울을 볼 때 마치 머리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도 한다. 예상대로 학교에선 친구들에게 놀림 받고, 집에 있는 동생도 자신의 빡빡머리에 장난을 친다. 왜 이리 머리가 빨리 안 자라는 것일까. 거울을 들여다볼수록 시간은 느리게 흐를 뿐이다. 결국 할아버지의 제를 지낼 때 자신에게 이런 삶의 고통을 안겨 준 할아버지의 영정을 던져버리는 대형사고를 터트린다. 아버지에게 두들겨 맞고,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는다. 마지막에는 자신을 놀리는 동생의 머리를 가위로 강제로 자르다가 귀를 다치게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머리 때문에 인생의 짐을 다 진 것 같은 귀여운 어린이를 보면서 시종일관 유쾌하다가 마지막에 어색한 비극의 결말을 맞이한 나는 묘한 감정에 잡혔다. 결말이 좀 이상하다, 너무 비극적이다라고 말하기에는 앞의 유쾌한 전개가 아깝다. 앞의 장면을 보고 유쾌하게 웃는 것도 어른의 시각이긴 하지만, 어린이의 심정적 비극이 실제 비극으로 이어진 것은 과도하게 결말에 긴장을 많이 준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