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주바람(Breezy Day)" - 보드랍고 화창한 바람

감독: 정지원





장.
몰래카메라가 아니라면 어떤 화면도 부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 제 3자가 있는 것만으로도 행동 패턴이 달라지는 것이 사람인데, 카메라가 찍고 있으면서 완벽하게 자연스런 일상을 담는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이다. 카메라가 너무나 익숙해진다면, 카메라의 존재를 가정하고 일상과 근사적인 화면을 담을 수는 있을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뒤늦게 배움의 즐거움을 느낀 할머니들의 일상의 모습을 담았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손정도의 타인이 되어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 정도의 친화력이 있었기에 보는 관객들도 자연스레 일상의 풍경에 동화가 되었다. 영화를 보다가 할머니의 말씀들은 실제 할머니에게서도 비슷하게 들었던 말들임에도, 그것을 프레임을 잡고 스크린을 통해 보니 한말씀 한말씀이 가슴 깊이 와닿았다. 프레임효과라고 할까. 우리들 개개의 할머니들의 말씀 또한 흘려듣지 않는다면 삶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단.
큰 주제는 한글과 산수를 배우게 된 할머니들이고, 그 사이에 일상을 담으려는 것이 처음 연출의도인 것 같은데, 분량의 비율이 적절하지 못했던 것 같다. 영화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보고 오는 관객에게는 화면 전개에 자신들이 예상하고 있는 기대에 맞추어 보기 마련이다. 만약 뒤늦은 배움에 빠져있는 할머니들의 모습을 예상하고 갔다면, 그 주제에 맞는 장면들을 중심으로 영화를 감상하게 되고, 그 사이 일상으로 채워넣은 연결부분은 전체를 구성하는 일부로 파악하게 된다. 그런데 실제로 영화를 보니 일상부분이 더 크게 다가왔다. 처음부터 큰 주제가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편집을 하거나 아니면 배움의 비중을 낮추고 일상의 소소함 속에 한글과 산수를 배우는 소주제를 넣었다면 더 자연스러울 것 같다. 물론 일상을 주제로 하면 너무 밋밋한 주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