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해로외전(Be with Me)" - 발랄하게 슬픈 이야기

감독: 강진아


이번 1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단편경쟁부문의 작품들을 모두 관람하였다. 내가 심사위원이 되었다는 심정으로 총 12편의 영화를 하루에 몰아서 봤다. '백년해로외전'이라는 작품도 한국단편 경쟁에 출품된 작품 중 하나다. 만약 내게 12편의 작품 중 한 편을 뽑을 투표권이 주어진다면 나는 이 작품에 한 표를 주고 싶다. (실제로 당선된 작품은 '닿을 수 없는 곳'이다)


보는 내내 슬프면서도 발랄한 그렇지만 결국은 슬픈 이야기를 독특한 형식과 연출로 풀어간다. 애인의 죽음으로 힘들어하는 남자 주인공의 괴로움과 당당하고 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들인 주인공의 회상 장면을 두 축으로 필름은 돌아간다. 빨리 오라는 자신의 한 마디 때문에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고 생각하는 남자 주인공은 괴로움에 정상생활을 유지하지 못한다. 그에 비해 이미 죽은 여자 주인공은 영화 속에서 살아나 인터뷰 형식으로 자신과 애인인 남자주인공을 이야기한다.(감독은 여자 주인공의 인터뷰 장면을 다음 생애로 넘어가기 전의 중간계로 설정했다고 한다.)


영화의 슬픔이 더해지는 이유는 현실에서는 여자 주인공이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여자 주인공이 발랄하게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것은 영화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면, 현실에 남은 남자 주인공이 더 불쌍해진다. 영화 속의 현실도 영화에 불과하지만, 그 현실은 실제의 현실보다 더 진실로 다가온다. 여자의 밝은 모습과 남자의 괴로운 모습의 대비는 그래서 더 슬픔을 자아낸다.


플롯의 연결, 장면의 연출, 배우들의 연기 등 모든 면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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