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이(Bonsai)" - 분재처럼 자신을 억압하다

감독: 알폰소 보르기 토레 3세 / Alfonso Borgy K. Torrre Ⅲ




가난하게 살며 분재(Bonsai)가 취미인 뚱뚱한 남자는 자신과 비슷한 계층의 아름다운 여자를 좋아하지만, 여자는 미국 사람과 결혼해 출세하고 싶어한다. 여자도 남자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남자와 결혼하고 싶은 만큼의 애정은 없다. 그리고 여자에게는 더 나은 삶을 가지는 것이 목표다. 남자는 어느 날 고백을 결심하고 꽃을 사가지만 여자가 일하는 주인집 앞에서 좌절하고 만다. 주인집 아들로 보이는 다른 남자와 여자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비참함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온 남자는 옷을 벗는다. 옷을 벗으니 자신의 몸을 칭칭 감은 철사가 있고, 철사로 눌린 살집들로 피가 스며 나온다. 남자는 여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자기 몸을 분재를 만들 때처럼 철사로 휘감았던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이 영화는 마지막 장면과 처음에 남자가 분재를 다듬기 위해 나무에 철사를 감는 장면을 연결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사실 그 반전 아닌 반전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내용이 없는 영화다. 고백하러 갔다가 다른 남자와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고 꽃을 떨어뜨리는 장면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이다. 더 높은 계층의 남자와 결혼하고 싶어하는 여자와 그런 여자를 순수하게 좋아하는 뚱뚱한 남자도 익숙한 설정이다. 아담한 모습을 만들기 위해 자라지 못하게 철사를 감는 분재처럼 멈출 수 없는 식욕으로 볼품없어진 자신의 몸매 또한 분재처럼 잠시동안이라도 막아두고 싶었던 남자의 심정을 반전으로 잘 표현하긴 했지만, 왠지 그 반전을 통한 감정을 전달도 진부한 것 같다.



스틸컷 출처: 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