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바이엘 상권 - 아찔할 정도로 솔직한 성장영화




동성아트홀에서 키즈키즈 특집으로 어린이 영화를 상영했다.
'조운' 감독의 '어린이 바이엘 상권'은 단편 영화 모음 중 하나였다.
남자 심리에 관해 섬세한 필치로 고찰하였으며, 보는 내내 민망해서 자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영화이다.
이 영화는 엽기물이며, 동시에 리얼판타지물이고, 현실을 고발하는 정신을 담고 있기도 하다.

사실 이 영화가 엽기물일 이유도, 리얼판타지물일 이유도, 관람하는 자리가 민망할 이유도 없다. 지극히 솔직한, 그리고 지극히 일반적(이라고 예상할)인 심리를 그렸다.
내용은 한 초딩이 피아노 선생님을 좋아하면서 그리는 환상이다. 그남은 선생님의 벗은 몸을 상상하고, 다른 초딩에게 관심을 쏟는 선생님에게 질투를 느낀다. 그남은 선생님의 사랑을 받기 위해 바이엘 상권을 떼기위한 부단의 노력을 한다.

그남은 선생님에 대한 애정과 함께 친구로부터 처음 딸딸이(자위)를 배우고, 우연히 실천한다.
가끔 한국영화에도 남성의 자위 장면이 나오지만, 이렇게 적나라하게 묘사한 영화는 드물다.
엄마가 보는 여성잡지의 속옷모델 사진을 보고 '개인적인 일'을 준비하는 장면은 공감 100%다.
깬 상태로 처음 분출한 정액이 피아노 건반 사이를 타고 흐르는 장면은 폭소 100dB이다.
내가 자란 세대는 건반 대신 키보드로 대체하면 역시 공감 100%다.

영화가 끝난 뒤 감독과의 대화가 있었다. 총 다섯편 정도 되는 단편 중 운이 좋게도 '어린이 바이엘 상권'을 찍은 조운 감독이 초청되었다. 등급에 관해서 물어봤는데, 영화제에서 15세 등급이 나왔다고 한다. 초등학교 6학년이 주인공으로 나오고, 늦어도 중학생 이 되면 (나는 그랬으니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등급은 역시 보수적이다. 12세 이상도 괜찮고, 그래야만 하는 것 같다.

물론 이 영화가 당사자들이 보는 영화라기 보다는 어른들이 추억을 되새기면서 보는 영화일 것이다.
초등학교 6학년 생이 선생님의 벗은 모습을 상상하고, 선생님과의 섹스를 상상하는 장면들은 학부모나 여성들이 보기에 충격적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는 그 나이 때 그랬고(영화보다 시기는 늦다), 섹스를 어떻게 하는지 모를 때는 왜곡되게 그 장면들을 상상했다.
너무나 솔직하기에 거부감이 들지도 모르지만, 순수하고 천진난만하게만 그려지는 어린이 영화만 있는 세상에서 민망하지만 유쾌한 영화였다.

적어도 나는 저랬답니다.

감독: 조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