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놉시스(요약 줄거리) 출산이 가까워진 아내를 둔 택시기사 구식은 사채업자에게 빚 독촉을 받고 자신의 구역이 아닌 곳에서 호객을 하던 중 노숙자 손님을 만난다. 손님은 그의 고향인 목포로 데려가 달라는 말에 당황하지만, 돈이 필요한 택시기사 구식은 노숙자와 고향으로 향하며 하룻밤의 악전고투가 펼쳐진다.
'운수 좋은 날'은 현진건의 소설이다. 소설에는 인력거를 끄는 김첨지 나오고 아픈 아내가 나온다. 이 영화에서도 인력거 대신 택시가 나오고 아픈 아내가 나온다. 소설에서는 이상하게 장사가 잘 되는 날 아내가 죽는 비극으로 끝이 난다. 슬픔을 극대화하기 위해 역설적인 제목을 달았다. 이 영화는 어떨까.
처음에는 소설과 비슷한 전개로 시작한다. 자연스레 아내가 마지막에 죽으면 어쩌나 하는 긴장이 느껴진다. 그런데 소설과는 다른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상한 노숙자가 타더니 자기를 목포까지 데려달란다. 목포까지 가는 것은 영외 영업이라 불법이지만, 그 요금으로 밀린 빚도 일부 갚을 수 있고, 아내에게 맛난 것도 사줄 수 있다. 그러나 손님은 그런 돈을 기대할 수 없는 노숙자이다. 그래도 집에 도착하면 가족들이 돈을 대신 내 주리라는 기대를 안고 출발한다. 이런 저런 굴곡 끝에 목포로 가는 길.. 타는 내내 기침을 하고 죽을 상을 하던 노숙자는 택시 안에서 죽어버린다. 구식은 경찰에 그를 데려다 주지만 경찰은 자기들도 귀찮아 구식에게 목포 집까지 데려다 달라고 한다. 구식은 영외 영업 때문에 잡혀 갈 수도 없어 그 승낙을 받아들인다. 이때부터 시체를 뒤에 태우고 목포를 향하는 묘한 풍경이 벌어진다. 무섭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한 그 상황 속에서 구식은 노숙자를 태운 것을 후회한다. 노숙자의 집에 도달한 그는 노숙자 어머니로부터 반지 하나와 쌈지돈 몇 푼을 받는다. 아무도 찾지 않는 노숙자의 장례식에서는 어머니만 홀로히 울고 있고, 구식은 향을 피우고 절을 올린다. 구식은 서울로 다시 올라가기 위해 택시로 걸어가면서 아내와 통화한다.
소설처럼 더 큰 절망이 찾아오지도, 그렇다고 빚을 갚을 수 있을만큼의 행운이 찾아오지도 않았다. 죽은 손님을 태우고 목포까지 데려간 일은 어쩌면 재수가 지지리도 없는 일일지 모른다. 게다가 그만큼의 보상을 받은 것도 아니다. 노숙자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돈이 없음에도 자기를 목포까지 데려다 달라는 부탁을 했을 것이다. 죽기 전에 어머니 얼굴을 한 번이라도 보고 싶어서, 아니면 생사라도 알게 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 노숙자는 희망을 가지고 목포에서 서울로 올라왔겠지만 결국 서울에서의 생활은 그를 노숙자로 만들어버렸다. 그러나 비록 비루한 노숙자가 되었지만 그에게도 돌아가고 싶은 고향이 있다. 죽기전에 만나보고 싶은 어머니가 있다. 자신을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연락도 잘 하지 않았던 어머니가 있다. 구식은 그 결말을 지켜보며 씁쓸한 보람을 느꼈는지 모른다. 행운도 절망도 없는 하루를 통해 '운수 좋은 날'은 그 씁쓸한 희망을 얘기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