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반] 이적 <3집> - '나무로 만든 노래'



이적이 낸 모든 앨범 중 가장 좋아하는 음반이다. 노래 하나하나 마음을 휘돈다. 나무로 만든 악기에서 울리는 공명처럼 마음을 떠돌다 떠난다. 부인을 위해 즉석에서 지어준 곡, '다행이다'가 타이틀 곡이 되었고, 한 때 결혼식장에서 가장 많이 불리는 곡이었다. 서정적인 가사, 대중적이면서도 진중한 멜로디. 이적의 서정성이 극대화가 된 노래다. '다행이다'를 필두로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가 곁들어진 사랑 노래가 특히 많다. 이적은 이 앨범을 발표한 해, 결혼하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같이 걸을까'와 '무대'다. 서정적인 사랑 노래도 좋지만, 역시 이적의 매력은 우울하지만 기운이 나는 노래에 있다. '같이 걸을까'. 제목 자체만으로 얼마나 정겨운가. '같이 있을까'보다 더 친근하고, '같이 달릴까'처럼 숨이 차지도 않으며, '같이 웃을까'처럼 작위적이지도 않다. 노래 자체는 신나는 노래도 아니요 특유의 음울함을 담고 있지만, 무릎에 힘을 넣어주는 노래랄까. 지친 일상에서 같이 걷자고 손을 내미는 친구의 느낌을 가진 노래다. '무대'는 삶이라는 연극에 홀로 남겨져 독백을 하는 느낌의 노래다.

이 앨범의 주제를 한 문장으로 말하자면 고단한 삶에 건네는 물 한 모금의 위로다. 우리 고단하지만, 살아가는 것이 산을 오르는 것 같을지라도 다시 무릎에 힘을 넣어 걸어가자고 말한다. 그것이 사랑이든 우정이든 아니면 다른 카테고리든 중요하지 않다. 그가 내민 위로의 손에서 나무 냄새가 난다. 

앨범 수록곡 (*         유효 트랙)

  1. 노래
  2. 다행이다
  3. 어떻게
  4. 비밀 
  5. 내가 말한 적 없나요
  6. 사랑은 어디로
  7. 얘, 앞산에 꽃이 피면
  8. 자전거 바퀴만큼 큰 귀를 지닌
  9. 소년
  10. 먼 길을 돌아온 뒤 
  11. 같이 걸을까
  12. 무대

유효 트랙 비율 = (11/12)


앨범 구매 욕구

  1. 이미 CD를 샀으니 더 말할 것도 없지
  2. CD를 산다면 1순위
  3. 음원은 구매하고 싶어
  4. 멜론 DCF로만 들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