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심(Respirator)" - 싱가포르의 그늘

감독: 마이클 테이 (Michael TAY)




제 14회 부산국제영화제 단편 쇼케이스에 출품된 작품이다. 현대 싱가포르의 빈부격차와 모정을 주제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아이의 어머니는 아마도 정부관계로 만난 사람 사이에서 낳은 아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심장을 기증한다. 심장을 기증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목숨을 준다는 것이다. 대신 싱가포르의 저명한 의사인 남자는 여자에게 인공 심장(철심)을 달 것을 권유한다. 아이를 살리는 대신 아이의 엄마에게 부모로써의 권리를 포기하도록 한다. 동생과 함께 가난한 생활을 하고 있는 여자에게 생활비는 필요한만큼 지급해주겠다고 약속한다. 살아있는 사람의 심장을 이식하는 것은 의학기술의 진일보로 평가받을 수 있으면서, 살려낸 아이를 자신과 아내의 자식으로 키울 수 있다. 돈이야 얼마든지 많은 엘리트 의사이기에 여자에게 생활비를 지급하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다.


그런데 여자가 달게 된 철심은 심장 크기의 기계가 아니라, 여자의 육체를 압도하는 엄청나게 큰 기계와 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의사는 여자의 동생에게 사용 매뉴얼을 주는데, 전자제품을 새로 샀을 때처럼 복잡한 매뉴얼을 하나하나 따라가야지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기계는 복잡하다. 이렇게 과장된 철심을 디자인한 것은 기계에 압도되는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서였다고 감독과의 대화에서 말하였다. 정상생활은 커녕 말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여자는 아들을 보고 싶어하지만 계약 상 아들을 볼 수는 없다. 철심을 핑계로 의사를 찾아가 돈을 받아내던 철없는 동생은 나중엔 아들을 보고 싶어하는 누나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의사를 찾아간다. 그러나 의사는 그 부탁을 들어주지 않고, 여자는 아이를 먼발치서 지켜보는 것으로 슬픔을 삼킨다. 여자는 스스로 철심을 자신의 몸에서 뽑아 자살을 하고, 자살과 동시에 아이도 무슨 이유에선지 죽는다.


빈부격차가 극심해진 싱가포르 사회를 비판하고, 물질 만능주의에 한 사람의 인생조차 기계로 대체하는 사회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마지막에 엄마를 따라 심장마비로 죽는 아이의 설정이 작위적이긴 하지만, 철심이라는 상징적인 기계를 통해 모순된 사회를 효과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