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 잉걸의 땅 - 식어가는 잉걸의 땅

강원도 태백지역은 한국의 관주도압축산업혁명 시절 석탄을 캐는 곳이었다. 지금도 아주 일부에서는 작업중이다.
석탄의 채산성이 떨어지고, 광들이 문을 닫고, 일자리가 지역째로 사라지면서 그곳에 카지노를 세웠다. 금광대신 잭팟을 찾는 곳이 되었다.

'태백, 잉걸의 땅'은 광 내의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가장 많은 시간을 채광 작업 촬영에 할애한다. 감독은 직접 광부들과 함께 광속으로 들어가 촬영했다. 어떤 나레이션도 없이 광을 캐는 작업은 이어진다. 채광작업은 굉장히 신선하다. TV에서도 가끔 나오지만 이렇게 심도 있고 세밀하게 촬영한 장면은 처음이다. 나레이션이 어지럽게 주의를 분산시키지도 않았다. 지겨울만할 정도로 길게 이어지는데도 지겹지 않았다.  

광을 나와 다른 풍경을 찍는다. 걸어가는 할아버지를 뒤따라가고, 할머니와 대화를 하고, 선거 운동을 바라보고, 진폐증 환자 보상 시위를 촬영하고, 다시 광으로 들어간다. 감독은 외지인이다. 외지인은 조용히 그들을 지켜본다. 눈만 뜨고 있을 뿐 입은 되도록 열지 않는다. 광들은 하나씩 문을 닫는다. 그와 동시에 채광작업 때문에 진폐증에 걸린 광부들이 하나 둘 죽어간다. 주민들 복지에 쓰일 예정이던 카지노 수익금은 자기들의 배를 채우는 데 쓰인다. 외지인인 감독은 조용히 그들의 시위를 지켜본다. 

광 속은 시끄럽다. 각종 기계설비들이 석탄을 부수고, 파내고 싣는다. 거기서 말할 여유도 공간도 없다. 말없이 먼지를 마신다. 감독도 같이 먼지를 마시며 말을 꺼내지 않는다. GV 세션에서 감독은 나레이션은 폭력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일부러 말을 하지 않고, 보기만 했던 걸, 보여주기만 한 것이라 말한다. 광 속의 답답함을, 광 밖에 나와도 답답한 그들의 심정을 답답함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대체 '잉걸'이 무엇일까, 표를 끊을 때부터 영화가 끝날 때까지 궁금했다. 감독이 직접 말했다. 잉걸은 다시 바람을 후 하고 불면 살아날 수 있는 타고 남은 잔재다. 바람을 불 때 순간 빨개지는 것이 잉걸이다. 불은 보이지 않지만 속에서 불은 꺼지지 않았다. 언제라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영화제작은 그 불씨를 확인하기 위한 날숨이다.


감독: 김영조
러닝타임: 74분
관람일자: 2008년 10월 3일


(다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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