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승 Ver 2.0 연영석 - 구성에서의 아쉬움을 느끼기엔 현실이 너무 비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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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영화다. 그 중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영화다. 영화는 연영석의 인터뷰와 공연 장면,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장 장면을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의외로 투쟁장면에서 노래 부르는 연영석의 모습은 많이 나오지 않는다.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만든 다큐멘터리의 특징은 대충 구성이 그려진다. 이 영화의 목적은 연영석을 배경음악으로 비정규직의 차별과 투쟁을 필름에 담는 것이다.

영화는 크게 연영석의 삶 부분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장면으로 나누어진다. 그런데 두 갈래가 그렇게 매끄럽게 연결되지는 않는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모습을 직접 담으면 관심을 끌 수 없기에 연영석이라는 이름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 모습을 중심으로 연영석을 양념으로 넣거나, 연영석의 삶과 세상을 향한 투쟁에 더 초점을 맞추었다면 영화가 덜 분산됐을 것이다. 연영석의 모습과 비정규직의 투쟁이 적절히 오버랩이 되지 못한 것은 연영석과는 완전히 분리된 장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연영석의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현실의 비장한 투쟁을 더 극적으로 그리려고 했다. 그런데 그 장면에서 연영석은 없다. 연영석이 현장에 참여하는 모습을 더 많이 그렸다면 좋았을 것이다.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은 노래 가사가 자막으로 나오지 않은 것이다. 나왔다면 더 쉽게 연영석의 노래에 공감할 수 있었을 듯하다.

그러나 비정규직의 현실을 현실감있게 담은 점은 좋았다. 비정규직에 관한 소식을 뉴스, 신문 기사로만 보고 TV 다큐멘터리로만 보는 것과 이렇게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드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영화는 TV 다큐멘터리보다 더 소수의 사람이 본다. 그러나 영화관에 찾아와서 돈을 내고 보기에 애정은 보장되어 있다. 불을 끄고 화면에만 집중하게 만든다. 보다가 리모콘을 돌리거나 끌 수 없다. 당연히 더 몰입해서 보며 TV로 봤다면 느낄 수 없는 걸 느낄 수 있다. 소수일지라도 영화를 본 사람들은 비정규직 문제가 능력없는 자들의 떼쓰기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KTX 여승무원 문제, E랜드 문제, 코스콤 비정규직 문제, 모두 메이저 언론사에서는 외면하던 것이다. 너무 길게 끈다고 오히려 반감을 살만한 투쟁들이다. 조금만 양보하면 다수의 사람이 부족하게나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데, 그 조금을 허락하지 않는다. 양보하지 않기에 '쟁'취하기 위한 싸움('투')을 할 수밖에 없다. 연영석과 적절히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그냥 다른 영화 두 개를 번갈아가며 본 것 같은 느낌을 줬지만, 그 주제와 목적이 워낙에 묵직하고 비장하기에 영화 구성에 대한 아쉬움은 치열한 현실 앞에 어리광이다.

감독: 태준식

*다른 리뷰
씨네 21 : 이영진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mm=002001001&article_id=51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