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 View" - 어려운 물음 혹은 대답

감독: 이미영




현대미술에서 관객들은 끊임없이 작품의 의미를 찾고 묻지만 예술가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 현대 미술을 보고 이건 무엇을 뜻하냐고 물으면 무식하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현대 예술가들은 이제 더 이상 의미 정보에 매달리지 않는다. 작품을 만들 때 찾아오는 일종의 '신기' 비슷한 것은 의미 정보를 구축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작품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의미가 있을 수 있고, 캐치는 했지만 무엇인지 작품을 만든 사람도 모르는 경우도 있고(의미가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미와 작품이 우연적으로 결합될 수도 있고(예를 들어 무슨 일을 겪은 뒤 곧바로 작업을 했지만, 그 작업이 앞의 사건을 의미하진 않는다). 의도적으로 의미없는 작업을 했을 수도 있다. 물론 모든 현대미술이 의미정보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더 이상 작품의 필수구성 요건은 아니다. 보고 불명확한 애매한 감정을 느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다큐멘터리라는 장르 또한 마찬가지다. 그것을 보는 관객들은 다큐멘터리가 끝날 때까지 내러티브를 찾기 위해 애쓴다. 이리저리 무작위로 엮은 것처럼 보이는 장면들을 보면서 어떻게 의미연결이 되는지 생각한다. 어떤 사회적 메시지, 혹은 개인적 삶의 메시지가 담겨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다 도저히 찾을 수 없으면 이상한 영화나 다큐멘터리로 치부해버리고, 집중을 거둘 것이다. 그리고 나오면서 '실험적'인 영화를 봤다고 애써 자기위안을 할 것이다. 이미영 감독은 선형적인 구성방식을 피하였다. 장면 각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알기 쉽지 않고, 장면간의 연결과 배치는 난해하다. 겁나게 어려운 다큐멘터리다. 정작 인터뷰 장면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고, 혹시 Inter View를 서로를 바라보는 것, 혹은 안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영어 뜻 그대로를 의미하는 것인지도 생각해봤지만 질의응답을 들으니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영화관을 나오면서는 또 내가 무식하게 메시지(의미정보)를 캐묻고, 해석하려는 습관을 버리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감독이 아무 의미없이 편집을 했다는 말은 아니다. 그랬다면 사람이 굳이 작업할 필요가 없다. 수백시간 촬영분 중에 짜내고 짜내 30분 가량의 완성본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럼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감독은 왜 그렇게 편집했을까. 감독에게 물어도 아마 답은 잘 안 나올 것이다. 그것은 감독조차 명확히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닐테니까. 시선에 대한 물음의 답이 우리가 기대하는 내러티브보다는 훨씬 성기게 이어져있기 때문이다. Inter View는 그 성긴 연결을 보여준다.




스틸컷 출처: 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