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gin" - 순결을 통한 지배

감독: 타헤레 하싼자데 (Tahereh HASSANZADEH)




한 제도나 관습, 혹은 집단 의식이 얼마나 모순되고, 비이성적인지를 확인하려면 그 문제에 관한 논쟁이 무엇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살펴보면 된다. 이란 다큐멘터리 <Virgin>은 그 어이없는 관습적 허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순결'이라는 고귀해보이는 이름을 붙이지만 실제 논쟁은 '처녀막'이 있냐 없냐고 환원된다. 결혼을 한 뒤 아내가 처녀인 줄 몰랐다고 소송을 건 수많은 남정네와 그들의 가족들이 나오고, 거기에 반발하는 여성과 가족의 항변이 나온다. 처녀막의 진위여부에 매달려 이혼을 하고, 맞대응을 하는 우스운 모습을 보면 그들의 처녀에 대한 집착이 얼마나 병적인가를 보여준다. 진화론적으로 여성이 처녀인 것이 남성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할지라도, 실제 문화에서는 그 욕구가 여성에 대한 지배를 통해 나타난다. 남성은 왜 처음이 아니라도 되고, 여성은 처음이어야라는 질문에 진화론적으로는 설명할 수 있지만, 피임기구가 갖추어지고 친자확인이 가능한 현대에 와서 그 질문은 논리적으로 무의미하다. 그저 본능에 쫓아 여성의 순결을 탐할 뿐이다. 영화 속 한 남성은 인터뷰에서 남자는 왜 여러 명과 자도 되고, 재혼을 해도 상관이 없냐는 질문에 "남자니까, 쟤는 여자잖아"만 반복한다. 그것이 처녀논쟁의 실제를 보여준다. 거기에 논리는 없고 지배만 있다. 법관들의 상반된 의견을 비춰주는 장면에서는 법 또한 종교적 관습의 무논리 속에서 일관될 수 없다는 실망을 안겨준다. 남성의 지배는 많은 문화의 걸쳐 종교의 탈을 쓰고 나타난다. 이 영화 속에서는 이슬람의 코란이 탈을 쓰고 나온다면, 한국에서는 유교가 그 역할을 한다. 인간의 보편적 권리를 강조한 자연법 사상에서도 고대 그리스 시대에 여성, 노예, 외국인은 포함되지 않았다. 여성은 오래도록 인간으로 취급받지 못했고, 그 당시의 종교를 관할하던 사람들도 남성이었으며, 그들이 남긴 왜곡된 유산은 지금까지도 여성들을 괴롭히고 있다. 웃을 수밖에 없는 처녀막 논쟁을 통해 웃지 못하는 그들의 고통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한다.




스틸컷 출처: 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