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없는 풀장 - 시대배경을 모르는 자의 영화보기

물이 없는 풀장 水のないプール A Pool without Water
와카마츠 코지 若松孝二 Wakamatsu Koji 1982 103min Color 35mm
출연: 우치다 유야, 미에, 나카무라 레이코, 후지다 유미코

잔소리 심한 아내와 분주한 일상 속에서 무기력함을 느끼고 변화를 꾀하지만 잘 풀리지 않자,

클로로포름을 뿌려 의식을 잃은 젊은 여성을 범하게 되는 지하철 역무원 남자의 이야기.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실제 성범죄 사건을 바탕으로,

우치다 에이치가 각본을 쓰고 와카마츠 코지가 연출한 작품이다.


동성아트홀에서 '일본 언더 그라운드 영화걸작선'을 통해 상영하는 영화 중 하나이다.

영화 속 역무원은 카페의 종업원 집을 미행해 그녀가 자고 있을 때 클로로포름을 뿌려 그녀를 마취시킨 뒤 그녀와 섹스를 한다. 매일 같이 그녀의 집을 찾아가 같은 일을 반복하다, 대담해진 그는 사진기를 사서 다른 여성들이 사는 집을 찾아가 그들의 나체와 음부를 찍는다. 그리고 다시 찾아간 카페 종업원의 집에서 마취상태인 그녀와 섹스를 한 뒤 아침을 차려놓고 나간다. 어떤 날은 그녀의 속옷까지 빨아준다. 여성은 아침만 되면 발가벗겨진 자신의 모습을 보고 의아해하며,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내려 하지만 클로로포름에 어김없이 잠들고 만다.
표를 찍는 일을 반복하는 역무원으로서의 무력함, 아내의 잔소리, 자식의 무게를 뒤로 하고, 그는 그런 변태적인 일에 매진한다. 모두가 힐끔힐끔 쳐다보는 매력적인 여성을 자신의 마음대로 조정한다는 쾌감에, 그런 쾌락을 준 여성을 위해 밥을 차려주고 빨래를 해준다. 아무런 반응이 없는, 상호작용이 없는 섹스. 나와 함께 교감한다는 희열, 때로는 수동성이라는 또다른 섹스의 쾌락을 포기한채 그는 소유와 컨트롤이라는 쾌락을 선택한다. 아니, 어차피 상호작용과 교감은 얻을래야 얻을 수도 없다. 마스크를 낀 채 움직이는 뭔가가 결핍된 섹스의 소유는 물이 없는 풀장에서의 장면과 연결된다. 물이 없는 풀장에서 그는 눕고, 달리고, 술병을 던진다. 아무도 찾지 않는 결핍된 풀장에서 그는 마음껏 그 풀장을 다니지만 물이 없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 영화는 영화가 만들어진 시대의 일본 사회의 분위기와 배경을 이해하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그 당시 일본이 어땠는지 모르고, 찾아서 조사해보고 싶지도 않다. 그 당시 일본 사회는 무력했고, 방향점이 상실되었다는 정도가 다른 리뷰를 통해 알고 있는 전부다. 시대배경을 알지 못하는 내가 이 영화를 봤을 때의 요점은 결핍이다. 그는 무기력 속에 결핍된 쾌락을 변태처럼 즐기고, 그 결핍을 아침을 챙겨주는 자상함으로 보충한다. 결핍된 섹스와 결핍된 풀장의 소유는 방향성의 상실이라는 더 큰 결핍을 충족시켜준다. 그녀는 처음엔 완전마취상태에서의 무반응이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도 그의 존재를 느끼고, 신음소리까지 낸다. 경찰에 그를 신고하지만 결국 진술을 모호하게하고 고소를 취하한다. 그녀 또한 무력한 일상 속에서 그가 보여준 자상함에 자신도 모르던 결핍을 발견한 지 모른다. 자신을 잠들게 하고 그 사이에 강제로 섹스를 한 자에게 마지막에 보여주는 정은 한편으론 이해가 안 되기도 하지만, 아마 실화와는 달랐을 법한 고소취하는 나는 모를 시대상황에 대한 감독의 비판이 아니었을까.


*이 영화에 대한 다른 리뷰
http://blog.naver.com/jcn89?Redirect=Log&logNo=80051716135

[대구 열린 영화관] 운수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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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운수 좋은 날

감      독: 이한종
장      르: 드라마
등      급:
러닝타임: 00:39:00




시놉시스(요약 줄거리)
출산이 가까워진 아내를 둔 택시기사 구식은 사채업자에게 빚 독촉을 받고 자신의 구역이 아닌 곳에서 호객을 하던 중 노숙자 손님을 만난다. 손님은 그의 고향인 목포로 데려가 달라는 말에 당황하지만, 돈이 필요한 택시기사 구식은 노숙자와 고향으로 향하며 하룻밤의 악전고투가 펼쳐진다.

'운수 좋은 날'은 현진건의 소설이다. 소설에는 인력거를 끄는 김첨지 나오고 아픈 아내가 나온다. 이 영화에서도 인력거 대신 택시가 나오고 아픈 아내가 나온다. 소설에서는 이상하게 장사가 잘 되는 날 아내가 죽는 비극으로 끝이 난다. 슬픔을 극대화하기 위해 역설적인 제목을 달았다. 이 영화는 어떨까.

[인디붐] 하주와 인터뷰어 - "가려진 진실과 채워 넣은 허구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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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주와 인터뷰어

감      독: 김진무
장      르: 드라마/멜로
등      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00:33:14



시놉시스(요약 줄거리)
진유는 이미테이션 시계 장사를 하는 친구 하주를 인터뷰하기로 한다. 사고뭉치로 10대시절을 보냈던 하주의 방황을 영화로 만들기 위해서이다. 기나 긴 인터뷰 후, 진유가 인터뷰를 토대로 쓴 시나리오는 선배에게 핀잔을 듣는다. 진유는 좀 더 사실적인 영화를 찍기 위해 하주가 꺼리는 부모님 얘기를 듣고자 안간힘을 쓴다. 그렇게 촬영이 들어가고 연락이 끊겼던 하주가 갑자기 촬영장에 찾아온다.

인디붐 사이트에서 현재(2008년 3월 16일) 평점 순위 1위에 있는 영화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만들 때의 감독들의 고민을 얘기하고 있다. 진실된 것을 그대로 담고 싶은 영화 감독의 욕심이 있지만, 정작 그 진실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허구와 진실이 섞인 영화 속에서 부족한 진실에 대한 아쉬움과 결국 허구일 수밖에 없는 영화의 본질에 대한 회의가 있다. 이미테이션 시계를 파는 하주의 대사가 압권이다. "어차피 너나 나나 짝퉁 팔아 처먹는건 똑같은 거 아니야?"

가려진 진실과 채워진 허구 사이의 고민 속에서 감독은 영화에서의 진정성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이 영화 속 감독 또한 꾸며낸 허구라는 것을 인지하면, 그 모호함은 절정에 이른다.
현재와 회상을 원컷으로 처리한 아이디어도 신선하다.


영화 볼 수 있는 곳 : http://indieboom.endisk.com/MovieView.html?MID=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