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주자(FrontRunner) - 지극히 미국스러운 다큐멘터리 영화


제 1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본 영화다. 느낌부터 말하자면 영화제 성격과 어울리지 않는 영화라 조금 실망했다.
영화의 내용은 미국의 명문 사립고의 학생회장 선거다. 네 팀정도의 후보가 나와 서로의 전략을 겨루는 내용이다. 명문 사립고생답게, 혹은 고등학생답지 않게 치밀한 선거전략과 공약과 정쟁이 오간다. 한 후보는 (결국 당선이 된 후보는) 학교로 통하는 육교 위에서 음악과 함께 선거 전단지를 나눠줘야 됨을 주장하면서 물리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을 바라볼 때의 심리적 영향까지 이유로 된다. 아시아인은 누구를 지지할 것이고, 흑인은 누구를 뽑을 것이라는 등등의 인종을 품은 전략까지 짠다. 학교 신문사는 특정후보를 지지할 것인가 말것인가로 백분토론보다 열띤 논쟁을 한다.
이처럼 작은 정치가들의 행보를 다이내믹한 화면에 담아낸다. 결국 가장 똑똑해보이는 후보가 압도적으로 당선이 된다. 그리고 영화 마지막에 삽입한 자막에는 그가 내세웠던 모든 공약을 다 지키고 졸업했으며, 하버드대인지 예일대인지 아무튼 명문대에 입학해서 공부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뜬다.
선거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담은 것은 좋았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난 뒤, 느껴지도록 기대되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감이 오질 않았다. 어른들 뺨치는 정쟁?, 결국 제일 똑똑하고 치밀한 사람이 이긴다는 사실?
미국 명문고는 선거도 엘리트적이라는 사실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그냥 (일종의 재미삼아) 찍은 것을 영화로 만든 것 같다. 치열한 경쟁만 담은 지극히 미국적인 가치를 담은 영화다.
진지했던 학교 신문사의 토론장면만은 기억에 남는다.  



감독: 캐롤라인 서
러닝타임: 80분
관람일자: 2008년 10월 3일

나무아미타불 Chiristmas - 깔끔한 종교화합의 메시지

대학생들이 졸업작품으로 만든 단편 영화다. 그러나 믿기 어려울정도로 영화는 깔끔하다. 메시지의 전달에 너무 중점을 두다보면 유치해지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그렇지도 않다.
제목에서 대충 불교계와 기독교계의 화합을 얘기할 것이라 예상된다.
영화 속 주인공 동자승은 크리스마스 날 좋아하는 (여자)친구로부터 교회로의 초대를 받는다.
중간 스님에게 갈 수 있냐고 물어보지만, 곱게 돌려 가지 말라 하신다.
떼를 쓰던 동자승을 보던 큰스님이 말없이 보내주라 고개를 끄덕이신다.
어찌보면 진부한 장면이지만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까까머리에 승복을 입고 교회를 찾은 동자승을 목사님은 친절히 맞이하신다.
"어려운 걸음 하셨군요"
라는 목사님의 말에선 관객들의 입이 터진다.
목사는 동자승에게 선물도 주고, 여느 어린이와 마찬가지로 축복의 말을 내리신다.
즐거운 마음에 신이 난 동자승의 걸음 뒤엔 크리스마스 트리가 기다리고 있다.
스님들이 동자승을 위해 절에 트리를 설치한 것이다.

'어린이'라는 순수함의 소재를 써서 깔끔하게 종교화합의 메시지를 표현한다.
영화의 초점은 천진난만한 동자승(어린이)의 종교적 자유로움이 아니라, 그 자유로움을 넓은 아량으로 대하는 (어른) 목사와 큰스님에게 있다.
영화 뒤 감독과의 대화에서 사회자의 말처럼 지금 청와대에 앉아 계신 분에게 꼭 보여드려야 할 영화다.

감독: 박관호


어린이 바이엘 상권 - 아찔할 정도로 솔직한 성장영화




동성아트홀에서 키즈키즈 특집으로 어린이 영화를 상영했다.
'조운' 감독의 '어린이 바이엘 상권'은 단편 영화 모음 중 하나였다.
남자 심리에 관해 섬세한 필치로 고찰하였으며, 보는 내내 민망해서 자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영화이다.
이 영화는 엽기물이며, 동시에 리얼판타지물이고, 현실을 고발하는 정신을 담고 있기도 하다.

사실 이 영화가 엽기물일 이유도, 리얼판타지물일 이유도, 관람하는 자리가 민망할 이유도 없다. 지극히 솔직한, 그리고 지극히 일반적(이라고 예상할)인 심리를 그렸다.
내용은 한 초딩이 피아노 선생님을 좋아하면서 그리는 환상이다. 그남은 선생님의 벗은 몸을 상상하고, 다른 초딩에게 관심을 쏟는 선생님에게 질투를 느낀다. 그남은 선생님의 사랑을 받기 위해 바이엘 상권을 떼기위한 부단의 노력을 한다.

그남은 선생님에 대한 애정과 함께 친구로부터 처음 딸딸이(자위)를 배우고, 우연히 실천한다.
가끔 한국영화에도 남성의 자위 장면이 나오지만, 이렇게 적나라하게 묘사한 영화는 드물다.
엄마가 보는 여성잡지의 속옷모델 사진을 보고 '개인적인 일'을 준비하는 장면은 공감 100%다.
깬 상태로 처음 분출한 정액이 피아노 건반 사이를 타고 흐르는 장면은 폭소 100dB이다.
내가 자란 세대는 건반 대신 키보드로 대체하면 역시 공감 100%다.

영화가 끝난 뒤 감독과의 대화가 있었다. 총 다섯편 정도 되는 단편 중 운이 좋게도 '어린이 바이엘 상권'을 찍은 조운 감독이 초청되었다. 등급에 관해서 물어봤는데, 영화제에서 15세 등급이 나왔다고 한다. 초등학교 6학년이 주인공으로 나오고, 늦어도 중학생 이 되면 (나는 그랬으니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등급은 역시 보수적이다. 12세 이상도 괜찮고, 그래야만 하는 것 같다.

물론 이 영화가 당사자들이 보는 영화라기 보다는 어른들이 추억을 되새기면서 보는 영화일 것이다.
초등학교 6학년 생이 선생님의 벗은 모습을 상상하고, 선생님과의 섹스를 상상하는 장면들은 학부모나 여성들이 보기에 충격적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는 그 나이 때 그랬고(영화보다 시기는 늦다), 섹스를 어떻게 하는지 모를 때는 왜곡되게 그 장면들을 상상했다.
너무나 솔직하기에 거부감이 들지도 모르지만, 순수하고 천진난만하게만 그려지는 어린이 영화만 있는 세상에서 민망하지만 유쾌한 영화였다.

적어도 나는 저랬답니다.

감독: 조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