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nival (이적+김동률 프로젝트 앨범) - 거위의 꿈을 심어 준 그들.




카니발에 관해 쓰기 위해 다시 듣고 있는데, 노래 제목만 봐서 멜로디가 기억나지 않는다. 결국 몇 곡을 빼고는 하나씩 다 열어봐서 다시 들어봐야 했다. 그 말은 즉슨, 카니발 앨범을 산 뒤로도 듣는 곡만 듣고 나머지 곡들은 듣지 않았다는 것이다. '거위의 꿈'처럼 미치게 만드는 노래 몇 곡 이외에는 내 취향과 맞지 않았다. 물론 관악기 소리가 울리며 축제 같은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밑에 체크한 유효 트랙보다 더 많은 곡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전체적으로 내 정서에 맞는 유효트랙은 적지만서도, 이 앨범을 산 것을 후회하지 않는 이유는 '거위의 꿈' 때문이다. 김동률이 작곡한 이 곡을 들을 때면 언제나 거위들이 날아가는 모습을 상상한다. 오리농장에서 그물망으로 갇힌 오리들이 날아오르는 모습을 상상한다. 이 곡은 사실 희망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희망의 상상에 대해 말하는 곡이다. "헛된 꿈은 독이라고", 그러나 헛된 꿈을 꿀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 곡의 가사가 전하는 내용이다. 어찌됐든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우리는 하늘을 나는 꿈을 꿀 수 있을 뿐, 그물망에 갇혀 그 밖으론 날아갈 수 없고, 나는 방법도 잊었다. '거위의 꿈'의 중독성은 그 현실적인 묘사에 있다. 한마디로 현실도피의 중독성이다. 희망 찬 가사인 것처럼 포장했지만 꿈을 꾸는 것 외에는 벗어날 수 없다는 절망을 노래했기에 멜로디가 이리도 슬프다. 그럼 이 노래도 '독'일까. 아니다. 아무리 현실을 있는 그대로 묘사해도 그 자체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현실의 고단함을 사람들과 이야기하면 위로가 되듯이, 무거운 현실을 무겁다 말하며 위로해 주는 곡이다. 거위의 꿈은 그들의 '프로젝트 곡'이며 이 앨범의 가치의 절반 이상은 이 곡에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앨범 수록곡 (*         유효 트랙)
  1. Carnival
  2. 롤러코스터 (In Carnival Land)
  3. 그땐 그랬지
  4. 비누인형
  5. 축배
  6. 넝쿨
  7. 농담
  8. 그녀를 잡아요
  9. 거위의 꿈

유효 트랙 비율 = (6/10)







앨범 구매 욕구

  1. 오래 전 CD를 샀으니 두 말할 필요없지
  2. 음반를 산다면 1순위
  3. 음원은 구매하고 싶어
  4. 멜론 DCF로만 들을래

[명반] 자전거 탄 풍경 <1집> - 우리가 원하는 사랑 노래



세 명 모두 기타를 잡고, 청량한 목소리로 사랑을 노래한다. 달짝지근한 멜로디는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아마도 자탄풍만이 낼 수 있는 감미로운 목소리 때문일 것이다. 이 앨범은 자전거 탄 풍경이 뭉쳐서 처음 낸 앨범이지만 그 이후에 이합집산을 거듭하면서도 지금 이 앨범만큼 좋은 노래들을 많이 담은 건 듣지 못했다. 아직도 기타를 처음 배울 땐 단골로 배우는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은 단순한 코드가 반복되지만 식상하지 않다. '이별인가요'와 '담쟁이 넝쿨별'도 두고두고 듣는 노래들이다. 사실 자탄풍의 서정성은 2집의 '그렇게 너를 사랑해'에서 절정을 찍지만, 전체적인 완성도는 오히려 이 앨범이 더 높다. 아름답다는 형용사를 붙이고 싶은 노래들. 그들의 노래는 아름답다. 


앨범 수록곡 (*         유효 트랙)

  1. 자전거 탄 풍경 (Inst.)
  2. 너에게 난, 나에게 넌
  3. 안녕
  4. 사랑하기 위해서
  5. 그대와 함께라면 (생일)
  6. 일어나 너의 하늘을 봐 (노래속에 살다간 한 선배께 드립니다)
  7. 이별인가요
  8. 너의 그 웃음이 좋아
  9. 더 늦기전에
  10. 담쟁이 넝쿨별 (Sealand에 잠든 어린이들을 위해)
  11. 자전거 탄 풍경 (Reprise)

유효 트랙 비율 = (9/11)


앨범 구매 욕구

  1. 오래 전에 테이프로 샀어
  2. CD를 산다면 1순위
  3. 음원은 구매하고 싶어
  4. 멜론 DCF로만 들을래

[명반] 이적 <3집> - '나무로 만든 노래'



이적이 낸 모든 앨범 중 가장 좋아하는 음반이다. 노래 하나하나 마음을 휘돈다. 나무로 만든 악기에서 울리는 공명처럼 마음을 떠돌다 떠난다. 부인을 위해 즉석에서 지어준 곡, '다행이다'가 타이틀 곡이 되었고, 한 때 결혼식장에서 가장 많이 불리는 곡이었다. 서정적인 가사, 대중적이면서도 진중한 멜로디. 이적의 서정성이 극대화가 된 노래다. '다행이다'를 필두로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가 곁들어진 사랑 노래가 특히 많다. 이적은 이 앨범을 발표한 해, 결혼하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같이 걸을까'와 '무대'다. 서정적인 사랑 노래도 좋지만, 역시 이적의 매력은 우울하지만 기운이 나는 노래에 있다. '같이 걸을까'. 제목 자체만으로 얼마나 정겨운가. '같이 있을까'보다 더 친근하고, '같이 달릴까'처럼 숨이 차지도 않으며, '같이 웃을까'처럼 작위적이지도 않다. 노래 자체는 신나는 노래도 아니요 특유의 음울함을 담고 있지만, 무릎에 힘을 넣어주는 노래랄까. 지친 일상에서 같이 걷자고 손을 내미는 친구의 느낌을 가진 노래다. '무대'는 삶이라는 연극에 홀로 남겨져 독백을 하는 느낌의 노래다.

이 앨범의 주제를 한 문장으로 말하자면 고단한 삶에 건네는 물 한 모금의 위로다. 우리 고단하지만, 살아가는 것이 산을 오르는 것 같을지라도 다시 무릎에 힘을 넣어 걸어가자고 말한다. 그것이 사랑이든 우정이든 아니면 다른 카테고리든 중요하지 않다. 그가 내민 위로의 손에서 나무 냄새가 난다. 

앨범 수록곡 (*         유효 트랙)

  1. 노래
  2. 다행이다
  3. 어떻게
  4. 비밀 
  5. 내가 말한 적 없나요
  6. 사랑은 어디로
  7. 얘, 앞산에 꽃이 피면
  8. 자전거 바퀴만큼 큰 귀를 지닌
  9. 소년
  10. 먼 길을 돌아온 뒤 
  11. 같이 걸을까
  12. 무대

유효 트랙 비율 = (11/12)


앨범 구매 욕구

  1. 이미 CD를 샀으니 더 말할 것도 없지
  2. CD를 산다면 1순위
  3. 음원은 구매하고 싶어
  4. 멜론 DCF로만 들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