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 <2집> - 점점 솔로의 빛을 발하다




패닉은 1집에서 3집으로 갈수록 완성도가 확연히 높아졌다. 이적 솔로의 경우에도 1집에서 3집으로 갈수록 완성도는 높아진다. 2집은 그 중간단계다. 1집에서는 실망스러운 몇 곡이 껴 있었지만 2집에서는 그런 곡들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우선 타이틀곡과 후속곡이 킬링트랙이다.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와 '하늘을 달리다'가 그 두 곡이다.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는 김진표의 랩이 곁들여진 버전과 그 부분을 뺀 버전이 있는데, 패닉의 느낌이 물씬 나는 김진표와 함께 부른 버전이 더 좋다. '하늘을 달리다'는 이적 노래 중 노래방에서 가장 많이 불리는 노래일 것이다. 이 두 곡 외에도, '순례자' 킬링 트랙이다. '순례자'는 가장 이적스러운 노래이며, 김진표가 필요 없는 곡, 혼자 있을 때만 가능한 노래다. 
그런데 나머지 노래들이 그리 대중적이지는 않다. 1집처럼 수준 이하의 노래는 별로 없지만, 대중적이지가 않아 이 앨범 또한 그리 주목받을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서쪽숲'과 같은 가사와 멜로디 흐름이 좋다. 


앨범 수록곡 (*         유효 트랙)

  1. 몽상적 (Intro)
  2. 하늘을 달리다
  3.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
  4. 바다를 찾아서
  5. 장난감 전쟁
  6. 어느 날 (Duet With 김윤아)
  7. 서쪽 숲
  8. 거울놀이 (Interlude)
  9. 그림자
  10. 착시 
  11. 순례자
  12.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 

유효 트랙 비율 = (8/12)


앨범 구매 욕구

  1. 오래 전에 CD로 샀어 
  2. CD를 산다면 1순위
  3. 음원은 구매하고 싶어
  4. 멜론 DCF로만 들을래

이적 <1집> - 다소 실망스런. 그러나 막다른 골목에선.



이적 1집은 패닉이 3집을 내고 해체한 뒤 낸 솔로 앨범이다. 패닉 해체에 대한 아쉬움을 이적의 솔로로 달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많이 실망했던 앨범이었다. 패닉은 따로국밥이었던 1집과 2집을 지나 3집에서 드디어 두 명 사이에 균형이 잡히고 완성도는 절정을 찍었다. 그런 상황에서 돌연 해체, 그 이후 이적의 솔로앨범은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적은 솔로 1집에서 패닉 1집에서 혼자 부른 노래보다도 울림이 약했다. 타이틀곡인 'Rain'은 나에겐 그저 그랬고, 후속곡인 '해피엔딩'은 그래도 괜찮았지만, 수록곡 중 'Game Over' 같은 경우는 이적의 노래치고는 수준 이하였다. 이 앨범에서 건질 수 잇었던 곡은 처음과 끝에 있다. 'Dead End'와 '잘 자', 그리고 '지구 위에서'. 'Dead End'는 세련된 기타 연주에 이적 특유의 나긋함으로 막다른 길을 연상시킨다. '잘 자'는 그 어떤 자장가보다도 훌륭하다. '지구 위에서'는 가사가 담은 메시지를 주절주절이 불러내는 것이 일품이다. 이 세 곡 이외에는 이적 특유의 중독성 있는 노래가 이 앨범에는 없다. 2집으로 가면 조금 더 완성도가 올라간다. 아무래도 이 앨범은 패닉 시절에는 앨범에 담을 수 없었던 이전 노래들을 다 모으면서 그저 그런 노래들도 함께 섞여 들어간 것 같다. 하지만 앞서 말한 처음과 끝의 세 곡은 꼭 들어가고 넘어가야 한다. 어디로? 2집으로. 

앨범 수록곡 (*         유효 트랙)

  1. Dead End
  2. 뛰어!
  3. Game Over
  4. Life On Tv
  5. 해피엔딩
  6. Rain
  7. 죽은 새들 날다
  8. 회의
  9. 지구 위에서
  10. 잘 자

유효 트랙 비율 = (6/11)


앨범 구매 욕구

  1. 오래 전 테이프로 샀어
  2. CD를 산다면 1순위
  3. 음원은 구매하고 싶어
  4. 멜론 DCF로만 들을래

[명반] 패닉 <3집> - 나는 지금도 그 서랍 속에 웅크리고 앉아 우울한 기억의 바다를 감상한다


중딩 시절 어머니의 고생한 손에서 전달된 돈으로 음악 테이프들을 싸질러댔다. 패닉3집도 그 중 하나였다.
패닉의 서랍을 여는 순간, 나는 나의 기억들이 떠다니는 바다에 서 있었다. 새로운 공간. 패닉 3집은 새로운 공간이었다.
그리고 나는 수시로 서랍을 열어 그 공간 속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기억의 바다에서 그 우울의 바다에서 모래장난을 쳤다. 어릴 적 그리 우울하지 않았던 화장실 대야에 태엽장치 돌고래를 띄운다. 그리고 끊임없이 나를 퇴행해가며 우울을 반복한다. 반항을 노래하기도 하고 자살을 권유하기도 하지만, 다시 돌아오는 것은 우울이다.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어두운 흑백의 바다. 환한 낮도 어두운 저녁도 아닌 저녁 어스름의 바다가 떠오른다.

패닉 3집은 하나의 공간이다. 중독된 우울의 공간. 중독은 반복을 의미한다.



앨범 수록곡 (*         유효 트랙)

  1. Panicillin Shock
  2. 숨은 그림 찾기
  3.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
  4. 태엽장치 돌고래
  5. 희망의 마지막 조각
  6. 단도직입
  7. 오기
  8. 여행
  9. Red Sea of Red Tea (Inst.)
  10. 미안해
  11.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

유효 트랙 비율 = (10/12)


앨범 구매 욕구

  1. 테이프로 소유
  2. CD를 산다면 1순위
  3. 음원은 구매하고 싶어
  4. 멜론 DCF로만 들을래